반추反芻의 계절-전숙 반추反芻의 계절 - 전숙- 탈피하던 계절은 한 움큼 떠나는 머리카락을 헤인다 잦아지는 음률을 타고 울대는 연민으로 흔들렸다 떨어져나가는 통점의 갈퀴들 검은 귀뚜라미는 껍질을 찢으며 두고 온 여름을 잊었다 떠나는 풍경들은 자락을 끄는데 멈출 수 없게 재촉하는 것은 무엇인가 묵은 것들을 털.. 카테고리 없음 2006.10.16
[스크랩] 분꽃의 유산-전숙 분꽃의 유산 - 전숙- 어느 가을날 시름거리던 노을자락에 분꽃이 나를 불러 세우더니 눈물 한 방울 남겼습니다 나는 검은 눈물을 닦아서 종이봉지에 담아 서랍에 묻었습니다 내가 잊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 손바닥만한 내 작은 뜰에서 다시 만날 것입니다 분꽃은 나에게 손 사레를 치며 뛰어와서 언제.. 카테고리 없음 2006.10.16
가을비나리-전숙 가을비나리 - 전숙- 사리사리 멀어져가는 안개인 듯 눈동자에 언뜻 스치는 물기 손길 닿았던 인연 눈빛 머물렀던 꽃길 포실하게 여물어 가는데 재촉하는 이별의 외투 바삭바삭 털어내어 고실라지면 보내는 노을이 떠나는 해보다 더 붉게 서러워지는 해거름 신열에 속저고리 섶에서 달구어지는 노둣돌.. 카테고리 없음 2006.10.14
등을 설핏 기대고 싶었어-전숙 등을 설핏 기대고 싶었어 -전숙- 언뜻 들렸다가 쏠려나가는 썰물처럼 너는 한 번 웃어주더니 떠나고 말았지 단 한 번의 향기로운 미소가 단 한 번의 따뜻한 입맞춤이 누군가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되기도 하고 한 생애를 흘러갈 강물이 되기도 하지 너의 미소에 등을 설핏 기대고 싶었어 아무 일 없었던.. 카테고리 없음 2006.10.10
지팡이가 된 푸조나무-전숙 지팡이가 된 푸조나무 - 전숙- 저만 바라는 세월 있었습니다 늦가을 다람쥐의 후각세포 같은 욕망이 계절 꼭두에 무성할 때 그늘진 당신은 미처 보지 못했습니다 폭풍우 치는 그믐밤에 우리의 영혼을 갈라놓았던 깊은 상처는 무참히 터졌습니다 흘러나온 회한의 수액이 마른 실바람을 향하여 젖은 촉.. 카테고리 없음 2006.10.06
그리움을 앓는다 -전숙 그리움을 앓는다 - 전숙- 가을이 포도밭 주인처럼 들이닥쳤다 이른 봄 텃밭에 옮겨 심었던 포도나무 여름 동안 그대의 갈증을 위해 달여 낸 땀방울들이 목 받쳐 기다리고 있다 구절양장 친친 감긴 골짜기에서 달아오른 뭉게구름은 가을의 신호추에 내려앉은 마음까지 끓어오르고 수묵화처럼 번져가는.. 카테고리 없음 2006.09.17
가을, 그 어디쯤-전숙 가을, 그 어디쯤 - 전숙- 쓸쓸한 심장은 차일을 치고 뿌리를 드러낸다 물줄기는 어디로 흐르는 것일까 곰팡이가 갉아먹은 발톱 틈새로 들어앉은 우울의 검은 미소 사랑은 꿈속에서도 날개를 잘라버렸다 해는 아직 중천인데 시절은 연시처럼 익어서 노을로 사위는가 가을, 그 어디쯤 갈대는 지친 바람.. 카테고리 없음 2006.09.03
가을엔 사랑할 수 있을까-전숙 가을엔 사랑할 수 있을까 -전숙- 가을엔 사랑할 수 있을까 기다리던 한숨받이들 영글어가는 해후의 과육果肉 이제 내게로 오겠니 불화로 같은 여름 끝 우연한 시선에 너를 세우고 자지러진 몸에 출렁이던 바다 짠물에 절여진 꽃잎 가을햇살의 기도에 천지가 소록소록 여물어 가는 날 단풍들어 방황하.. 카테고리 없음 2006.09.02
광야에서-전숙 광야에서 -전숙- 끝없는 구도의 길 불가사리 같은 목마름이 허기진 갈구의 빨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욕망은 방향 없는 키였구나 무한대로 자라는 식물의 본성 사랑의 실체일 수 있을까 삼백육십오 개의 주머니 쓸개까지 사랑은 만 개의 손을 빼내어 땅굴을 판다 단단한 껍질에 뿌리를 내려도 아, 사랑.. 카테고리 없음 2006.08.31
꽃 진 뒤란-전숙 꽃 진 뒤란 -전숙- 누우면 하늘땅 가득 넘치는 단칸방에서 천관녀는 사랑을 멈추었어요 팔다리 뻗으면 네 귀퉁이 한 몸이던 작은 동굴 통증을 기대기에는 너무 넓어서 그녀는 어머니의 자궁처럼 둥글게 말린 자루가 되어 손톱으로 구들을 파고 벽을 허물었어요 짓이겨진 꽃잎에 선혈이 번져나 파닥거.. 카테고리 없음 2006.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