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그리움을 앓는다 -전숙

전숙 2006. 9. 17. 21:08


 


      그리움을 앓는다 - 전숙- 가을이 포도밭 주인처럼 들이닥쳤다 이른 봄 텃밭에 옮겨 심었던 포도나무 여름 동안 그대의 갈증을 위해 달여 낸 땀방울들이 목 받쳐 기다리고 있다 구절양장 친친 감긴 골짜기에서 달아오른 뭉게구름은 가을의 신호추에 내려앉은 마음까지 끓어오르고 수묵화처럼 번져가는 계절은 텃밭에 서성이는 봉선화 가슴에 치렁치렁 추억을 달아놓는다 점판암에 사랑을 가둔 시조새는 갈 수없는 쥐라기하늘 눈썹에 불을 켜고 날개를 펼친다 단풍 번지듯 화장기 엷어지고 낙엽 쌓이면 꽃대에 얹힌 체증도 흩어질 날 있을까 하늬바람 시리게 몰아치는 까치집 스산하게 높아 보이고 기억을 멈춘 탱자 눈망울 쌉쌀한 향기에 젖어들면 실핏줄까지 저려오는 그리움을 다독이느라 억새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린다. ******************************* 音:Claude Choe / Love is just a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