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앓는다
- 전숙-
가을이 포도밭 주인처럼 들이닥쳤다
이른 봄 텃밭에 옮겨 심었던 포도나무
여름 동안 그대의 갈증을 위해 달여 낸
땀방울들이 목 받쳐 기다리고 있다
구절양장 친친 감긴 골짜기에서
달아오른 뭉게구름은 가을의 신호추에
내려앉은 마음까지 끓어오르고
수묵화처럼 번져가는 계절은
텃밭에 서성이는
봉선화 가슴에 치렁치렁 추억을 달아놓는다
점판암에 사랑을 가둔
시조새는 갈 수없는 쥐라기하늘
눈썹에 불을 켜고 날개를 펼친다
단풍 번지듯 화장기
엷어지고 낙엽 쌓이면
꽃대에 얹힌 체증도 흩어질 날 있을까
하늬바람 시리게 몰아치는 까치집
스산하게 높아 보이고
기억을 멈춘 탱자 눈망울
쌉쌀한 향기에 젖어들면
실핏줄까지 저려오는
그리움을 다독이느라
억새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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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Claude Choe / Love is just a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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