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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나리 - 전숙- 사리사리 멀어져가는 안개인 듯 눈동자에 언뜻 스치는 물기 손길 닿았던 인연 눈빛 머물렀던 꽃길 포실하게 여물어 가는데 재촉하는 이별의 외투 바삭바삭 털어내어 고실라지면 보내는 노을이 떠나는 해보다 더 붉게 서러워지는 해거름 신열에 속저고리 섶에서 달구어지는 노둣돌 돌아서는 마음을 두드리는가 거침없이 떠나는 너에게로 가는 길 무명지에 아껴둔 봉선화처럼 단풍든 꽃물들 자분자분 곱기만 한데 마음 둘 데 없어 선웃음으로 흔들리는 청사초롱의 고독한 날갯짓 몇 번의 망각의 고개를 넘어야 기다리는 눈길 삭아지고 연해질까 드문드문 보고플 때 손톱달에 깍지 낀 그리움 찻잔에 뜨겁게 우려내면 네 빛깔 네 향기 돌아오기를 낙엽 쌓이는 계절에 생시처럼, 가을 비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