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사랑할 수 있을까
-전숙-
가을엔 사랑할 수 있을까
기다리던 한숨받이들
영글어가는 해후의 과육果肉
이제 내게로 오겠니
불화로 같은 여름 끝
우연한 시선에
너를 세우고
자지러진 몸에 출렁이던 바다
짠물에 절여진 꽃잎
가을햇살의 기도에
천지가 소록소록 여물어 가는 날
단풍들어
방황하는 계절을
위로할 수 있겠니
떠나가면 새움 돋는 순환의 순리에
질기도록 우리를 붙드는 것은 무엇인가
기다리던 사랑은
밤송이처럼 몇 겹의 눈물을 입었는데
내 상처만 핥으며
너의 껍질을 부수었구나
어름마다 숨어있는
여린 영혼들을 불러내어
가을엔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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