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밥 까치밥 전숙(맑음) 고향 뒤꼍 늙은 감나무에 대롱대롱 남아있던 주홍빛 홍시 까치밥 세 개 엄니, 저건 왜 안 딴 당가요? 엄동설한에 까치 먹으라고 일부러 남겨두는 것이 랑께 집 비운 식구 끼니 거를까 봐 아랫목은 항상 밥 한 사발 따뜻하게 품고 있었지 부뚜막 머리에 정화수 한 대접 지극정성으로 .. ☆˚ 맑음시 2005.09.02
우리 할머니-전숙 우리 할머니 열여덟에 시집오니 서방은 대처에 돈 벌러 간다 휭-하니 떠나불고, 시어매와 시누이는 나랑 같이 몸 풀었는디, 한 집에 산고가 셋이나 들었어야. 나는 산후조리 한 번 못 혀보고 시어매 시누이 수발하느라 이리 골병 들었는갑다. 대처에 간 서방은 시앗 하나 얻어 오더니 나헌테 도장만 찍.. ☆˚ 맑음시 2005.08.31
오월의 어머니 오월의 어머니 전 숙(맑음) 꽃샘바람 밀쳐내고 봄이 오는가 하였더니 흐드러진 꽃길 밟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와버린 오월 오월의 여왕 흑장미 꽃 이파리 선혈처럼 허공에서 뿜어져 흐르고 청명한 하늘은 장미 가시에 찔려 방울방울 젖어든다 마음은 간절하나 차마 기다리지 못하는 무참한 오월 저는 .. ☆˚ 맑음시 2005.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