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오월의 어머니

전숙 2005. 8. 31. 14:39
          오월의 어머니 
                                                        전 숙(맑음)
          꽃샘바람 밀쳐내고 봄이 오는가 하였더니
          흐드러진 꽃길 밟으며 올해도 어김없이 와버린 오월 
          오월의 여왕 흑장미 꽃 이파리
          선혈처럼 허공에서 뿜어져 흐르고
          청명한 하늘은 장미 가시에 찔려 방울방울 젖어든다
          마음은 간절하나 차마 기다리지 못하는 무참한 오월 
          저는 나를  찾아 버선발로 달려오니
          이 오월을 나는 또 어찌 맞고 어찌 보낼거나
          생때같은 아까운 푸른 목숨들 내처 눕힌 망월동
          소복 차려입은 찔레꽃 향기
          푸른 영혼들 명복 비는 듯 포실히 떠돌면
          숯덩이로 까맣게 굳어버린 어미 가슴
          참숯화덕처럼 벌겋게 달아오른다
          처연한 마지막 모습 각인된 눈동자
          눈물도 말라붙어 
          황량한 사막의 모래바람만 날리더니
          붉게 채색된 오월의 역사 그 페이지 펼쳐지면
          (총칼과 곤봉에 여린 꽃봉오리 꺾이고
          꽃대궁 잘려나가 시들어버린 민주화의 봄) 
          피 같은 붉은 액즙 그렁그렁 솟아오른다
          부모는 땅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더니
          너를 묻은 내 가슴속
          굽어보는 눈물 젖은 오월 하늘은
          흔들바람에 요동치며 
          장대비를 쏟아 붓고
          오장을 뒤집어 흔들어대니
          어미 가슴속 너의 봉분
          쑥대머리 날리며 목 놓아 들썩인다
          아가 아가, 이젠 되었다
          너의 푸른 목숨 바쳐 지키려던 조국 민주화
          수양버들가지 축축 늘어지고 초록빛 농익어간다
          너희들 의혈의 피는 인권의 비료 되어
          대한민국 이만하면 인권 꽃봉 봉긋이 맺혀가니
          이제 그만 천국에서 평안하게 안식하고
          어미 걱정 당최 마라
          오월의 하늘은 여전히 시리도록 청청한데
          어미의 오월은
          활짝 피어나지도 못한 채 저버린 꽃망울 
          푸른 핏발이 가득 엉겨드는 
          북받치는 시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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