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까치밥

전숙 2005. 9. 2. 00:53



      까치밥 전숙(맑음) 고향 뒤꼍 늙은 감나무에 대롱대롱 남아있던 주홍빛 홍시 까치밥 세 개 엄니, 저건 왜 안 딴 당가요? 엄동설한에 까치 먹으라고 일부러 남겨두는 것이 랑께 집 비운 식구 끼니 거를까 봐 아랫목은 항상 밥 한 사발 따뜻하게 품고 있었지 부뚜막 머리에 정화수 한 대접 지극정성으로 조앙님께 두 손 비시던 어머니 돌아온 탕아도 버선발로 반기시던 어머니 삼라만상 한 식구로 까치밥 남겨놓으시던 어머니 시궁에 뜨거운 물 붓지 마라 그 물에 죽어나갈 생명 암만이다 내 집에 동냥 온 사람 그냥 보내는 법 아니여 쌀 한 톨도 함부로 버리지 말어야 그 쌀에 농부의 땀이 여든 여덟 번 배어있단다 어머니 살아계실 때 잔소리로 귓바퀴에 흘러가버리던 그 말씀들이 문득 가슴에 들어와서 새록새록 박힌다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갑자기 만난 눈앞의 허방에서 백미러에 비친 고향 뒤꼍의 까치밥 세 개 그리고 어머니 까치밥까지 모지락스럽게 따내어버린
      텅 빈 감나무가지 무심코 버린 뜨거운 개숫물에
      죽어나간 수천 수억의 미물까지 앞뒤 허방에 희뿌연 욕망의 잔해가 부비트랩처럼 누워있다 얘야, 너무 멀리 가지 말아라 어머니, 따뜻한 손을 내미신다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까치밥 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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