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전숙 지하철에서/전숙 지하철벤치에는 언제나 마주 바라보는 은사시나무들이 있다 간절한 기도 같은 마음덩굴이 돋아나고 겨울햇살처럼 따뜻해진 서로를 감아오른다 그 온도차 때문에 세상은 때 아닌 한기가 든다 오가던 말은 기억나지 않아도 돌이킬 때마다 번개 칠 저 감전의 시간 머나먼 생의 구들을 .. ☆˚ 맑음시 2011.01.12
신년시 -새해에는 순백의 토끼 같은 그런 예쁜 복을 짓자/전숙 **새해에는 순백의 토끼 같은 그런 예쁜 복을 짓자 ** *전숙* 청머리는 첫새벽 우물물에 기도하듯 감아 쪽지고 손톱발톱은 언제나 시작인 초승달처럼 깎아내고 삶아 빤 걸레로 해의 흑점까지 달래듯 숨겨주고 새롭게 단장한 그녀가 온다 보이지 않는 세상의 눈물이 북풍을 품으면 세상에서 가장 순결한.. ☆˚ 맑음시 2010.12.31
송년시 -호량이를 떠나보내며 호랑이를 떠나보내며 / 전숙 세상의 모든 꿈을 입고 성장한 채로 달려온 그는 도루묵 같은 껍질을 우리 곁에 벗어두고 돌아갔다 그의 온 생이 지도처럼 무늬진 검은 등허리를 더듬어본다 그가 노심초사 올려다본 생의 바위등성이 한달음에 뛰어내리던 아스라한 벼랑 도약을 위해 웅크리던 잡초투성이.. ☆˚ 맑음시 2010.12.26
2010발표작(3) 치매를 건너다 전숙 고사목이 되어 선 채로 피돌기를 멈춘 고사목이 되어 마음을 두드리는 모든 바람을 떠나보낸다 어떤 뜨거운 맹세도 나의 벼락 맞은 심장을 돌이킬 수가 없다 썩은 발가락이 떨어져나가듯 썩은 시간의 지체들이 뭉텅뭉텅 사라지고 울지도 못하는 발가락을 찾아서 해거름의 붉은 젖.. ☆˚ 맑음시 2010.12.06
징검다리/전숙 징검다리/ 전숙 산다는 것 어찌 보면 징검다리 건너는 일이지요 아스라한 둔덕을 건너다보며 긴 한숨을 몰아쉴 때 젖꼭지처럼 까맣게 반짝이는 별빛들 어미의 마음으로 누군가 괴어놓았을 징검돌들 건너가는 누구의 발걸음도 불안하지 않도록 흔들리는 가슴끼리 이리 내어주고 저리 덧.. ☆˚ 맑음시 2010.11.15
[스크랩] 하나님도웃어버린기도 하나님도 웃어버린 기도 하나님 내가 무얼 원하는지 다 아시는데 왜 기도를 해야 하나요? 그래도 하나님이 좋아하신다면 기도할께요. -수- 하나님 제 이름은 로버트예요. 남동생이 갖고 싶어요. 엄마는 아빠에게 부탁하래고 아빠는 하나님한테 부탁하래요. 하나님은 하실 수 있죠? 하나님 화이팅! -로버.. 스크랩 2010.11.08
(문장21) 2010 가을호 : '전숙의 시 읽기' 모성 위에 꽃 피어난 울림과 파장 - 전숙論 김 종/시인 한 사람의 시인에게 자신의 작품에서 개성을 평가받는 일만큼 영광된 일도 드물 것이다. 문학이 개성의 산물이고 승부처라는 사실이 더 이상의 설명을 불요하게 한다. 문학에서 개성은 창작한 시인만의 고유성이다. 본디 타고 났거.. 맑음시평 2010.09.10
달의 무늬/전숙 **달의 무늬** *전숙* 소리 없이 어두워질 것 얘야, 네 가슴의 달을 잘 간수하거라 달의 무늬를 기억해야한단다 흔적 없이 스며드는 이슬도 무늬가 있단다 울타리콩이 울타리를 감고 자라듯이 네가 감고 자라야 할 것들 모든 스러지는 것들의 무늬를 만져보는 일이란다 몸을 떨며 뛰어내리는 단풍잎도 .. ☆˚ 맑음시 2010.09.10
그대 내 몸의 샘이 되는 동안/ 전숙 **그대 내 몸의 샘이 되는 동안** *전숙* 그대 내 몸의 샘이 되는 동안 나는 그대의 무엇이 되었는지요 모든 그리움의 줄기가 모여 내 몸은 날마다 그대를 마실 옹달샘이 되었지요 가슴 포개고 걸었던 그늘 깊은 돌담길 대롱거리던 표주박을 머리맡에 놓아두고 샘이 차오를 때마다 두어 번 가벼이 흔들.. ☆˚ 맑음시 2010.09.10
[스크랩] 시와 키치 시와 키치 황정산(문학평론가, 대전대학교 교수) 밀란 쿤데라는 그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주인공인 화가 사비나의 말을 통해 키치를 비판하고 있다.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에요.”라고 말하면서 그녀는 키치가 모든 진지한 예술의 가장 적대적 존재임을 강조한다. .. 시강 2010.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