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달의 무늬/전숙

전숙 2010. 9. 10. 12:14

          	
          **달의 무늬**
                                      *전숙*
          소리 없이 어두워질 것
          얘야, 네 가슴의 달을 잘 간수하거라
          달의 무늬를 기억해야한단다
          흔적 없이 스며드는 이슬도 무늬가 있단다
          울타리콩이 울타리를 감고 자라듯이 
          네가 감고 자라야 할 것들
          모든 스러지는 것들의 무늬를 만져보는 일이란다
          몸을 떨며 뛰어내리는 단풍잎도
          손을 잡아주는 달빛이 있는 한 외롭지는 않단다
          풀벌레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떠나지 못하는 가을처럼
          붉어지는 생이 결코 물들일 수 없는 것
          나무껍질이 딱딱한 고목도 
          아기솜털처럼 순한 실뿌리가 있단다
          고목이 살아가는 힘은 
          그 실뿌리에 기대어 깊어지는 그늘이란다
          이윽고 한 잎 서러운 낙엽 되어 
          돌아가는 모든 달덩이는 
          남겨진 달빛이 외롭지 않도록 
          무늬를 벗어두고 간단다
          무늬를 읽다보면 어느새 
          네 가슴에 떠있을 달
          바이칼 호수를 비추듯이
          또 누군가를 비출 저 서러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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