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 여기면 되는 것을
맑음 전숙
그러려니 여기면 되는 것을
놀보의 심술 봇짐 하나가
오장육부 한 귀퉁이에
있는 듯 없는 듯 처박혀 있다가
아무개가 벼락출세를 하였느니
아무개가 벼락부자가 되었느니 할라치면
톡하고 튀어나와
한바탕 성질자랑을 해대는 것이었다
그것도 애꿎은 제 몸만 볶아대니
그 정경 안타까워 눈물 없이 볼 수 없더라
오장육부를 한손에 틀어쥐고
상투잽이를 허는디
머리통은 지끈지끈 몽둥이찜 화상이요
때국때굴 눈알은 염병나게 쑤셔대고
입속은 화끈화끈 불에 덴 듯 열이 나서
물 한 모금 못 넘기네
몸통으로 내려가면
한술 더 떠 지랄발광을 허는디
가운데 밥통은 무슨 오기로 제 살까지 녹여내어
껍질 벗긴 벌건 속살에 고춧가루 뿌리는 듯
작두칼로 생살을 숭숭 썰어내듯
아리고 쓰리니
아이고참, 환장허겄네
심장은 두근두근 정치定置를 못 허겄고
아랫배는 울룩불룩 방귀가 줄을 서네
웬 놈의 한숨소리는 옥돌바위도 뚫것다
따지고 보면 사돈이 논을 사니 배 아픈 형상이라
옛날 옛적 내려오는 조상님들 속담까지 그러하니
자네의 못돼 먹은 심술보 탓만도 아니로다
그러니, 그러려니 여기고 살다보면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는데
‘인간사 새옹지마’라는데
댓바람에 바라지 말고
한 댓~ 발 쭈욱 늘려 잡아
상한 몸 추스르고
다시 한 번 억세게 살아 보세나
우리라고 그 좋은 벼락 맞지 말라는 법 있겠나?
2005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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