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여 오시는가
전숙(맑음)
꽃이여 오시는가
수줍은 숫처녀
설레이는 베일에 숨은 꽃망울
산고産故든 우주의 빅뱅 전야
물안개 생명의 비밀 품고저
소리 없이 피어오른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리고
호흡은 가파르게 계단을 널뛴다
붉게 달아오르는 꽃봉
봉오리 열리는 신열에 달뜬 몸살
이슬 한 모금 목을 적신다
잠시 숨을 고르며 파르르 떨리는 애꽃잎
울렁거리는 가슴에 멀미가 나고
심장 고동소리 천지를 울리니
베일이 한 자락씩 흘러내리는 우주
출산의 환희를 위해 고통의 첫 숨을 터뜨린다
조가비 앙다문 떨기에 기를 넣는 금빛 햇살 눈부시다
오매불망 초조하던 꽃부리
우렁찬 울음소리에 광풍이 일고
휘몰이판에 휩싸이는 꽃지기
화들짝 온몸에 전율이 스친다
꽃밥 온 삼라에 퍼져 날리고
꽃실은 허리를 갸웃거린다
암술대 찡긋하며 임에게 손짓하니
천연스런 숫총각 오파시 냉큼 블랙홀로 빨려든다
유년의 호기심 보물찾기에 마음 뺏긴 우주의 신비
마침내 돌아가야 할 목숨 있는 삼시랑들의 고향, 생명의 순환
그 비밀 알리고저 꽃이여
일 년을 버둥거리고
이렇듯 어여쁜 모습으로 오시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