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꽃이여 오시는가

전숙 2005. 8. 31. 14:34

      꽃이여 오시는가
                                               전숙(맑음)
      꽃이여 오시는가 
      수줍은 숫처녀
      설레이는 베일에 숨은 꽃망울
      산고産故든 우주의 빅뱅 전야
      물안개 생명의 비밀 품고저
      소리 없이 피어오른다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리고
      호흡은 가파르게 계단을 널뛴다
      붉게 달아오르는 꽃봉
      봉오리 열리는 신열에 달뜬 몸살
      이슬 한 모금 목을 적신다
      잠시 숨을 고르며 파르르 떨리는 애꽃잎
      울렁거리는 가슴에 멀미가 나고
      심장 고동소리 천지를 울리니
      베일이 한 자락씩 흘러내리는 우주
      출산의 환희를 위해 고통의 첫 숨을 터뜨린다
      조가비 앙다문 떨기에 기를 넣는 금빛 햇살 눈부시다
      오매불망 초조하던 꽃부리
      우렁찬 울음소리에 광풍이 일고 
      휘몰이판에 휩싸이는 꽃지기
      화들짝 온몸에 전율이 스친다
      꽃밥 온 삼라에 퍼져 날리고
      꽃실은 허리를 갸웃거린다
      암술대 찡긋하며 임에게 손짓하니
      천연스런 숫총각 오파시 냉큼 블랙홀로 빨려든다
      유년의 호기심 보물찾기에 마음 뺏긴 우주의 신비
      마침내 돌아가야 할 목숨 있는 삼시랑들의 고향, 생명의 순환
      그 비밀 알리고저 꽃이여 
      일 년을 버둥거리고
      이렇듯 어여쁜 모습으로 오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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