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안동* 팔경
고려 명신 정가신 명문장에 반한
원 세조 쿠빌라이 특별하사품
옥대에 금金 안장 두른 백마 타고
설제雪齋* 금의환향하니
고향동네는 금안동金鞍洞이라 불리더라
정가신 신숙주 홍천경 문인재사 이어나는
명현들의 고향 금안동 팔경에 취해보리
제 일경은 오리임정五里林亭이라
오리나 뻗어있던 느티나무 숲길
지나가던 원님도 말에서 내려
숲쟁이라 이름 짓고
그윽한 나무 향에 쉬어가더라
제 이경은 천년석주千年石柱라
천년동안 매화꽃잎 날리며
하늘 바라듯 꼿꼿이 서서
금안동 지켜온 수문장이여
제 삼경은 산점행인山店行人이라
천년을 배향해온 설제서원
비자나무 옷깃을 여미는데
영안 마을 청산골 돌아 떠나는 나그네
청산유수 화폭 속에 한 점 그림이어라
제 사경은 보사귀승寶寺歸僧이라
광곡 웃뜸에 옛날옛적 배를 매두었다는
배뱅이 골짜기 넘어 바라에 세속 접은 스님
휘뚝휘뚝 천년고찰 다보사로 돌아가네
제 오경은 반월현암半月懸岩이라
무제봉 아래턱 큰 바위에 비스듬 걸린 반달
죽마고우 샛별 반가워
창공에 솟구치려다 까무룩 조는구나
제 육경은 쌍계명뢰雙溪鳴瀨라
누마루에 금안동 향약 알뜰히 품은 쌍계정
한국 팔대 명산 금성산 정기들
아흔 아홉 골 치마폭 타고 흘러오더니
삼현당* 두 줄기로 돌아나오며
여울 우는 소리 사무치네
제 칠경은 금성홍습錦城紅濕이라
금성산 서쪽 자락에 펼쳐진 저녁노을
민초들 타는 목마름에 붉은 감로주
서방정토에 넘쳐흐르듯 일렁이는가
제 팔경은 서석청람瑞石淸嵐이라
금안동에서 바라다 보이는
아득한 서석 무등골엔
무릉도원 신선이 노니는 듯
아지랑이 남실남실 피어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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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안동: 호남 삼대 명촌의 하나
*설제: 정가신의 호
*삼현당: 쌍계정의 다른 이름 정리: 전숙(시인)
(사진은 '호진이랑복자랑' 블로그에서 꿔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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