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마을회관

전숙 2012. 4. 25. 16:53



 

 

        마을회관--- 전숙 오늘은 팥죽 쑤는 날 이장님이 마을방송을 하고 부녀회장님은 집집마다 전화를 건다 ‘대동아짐이 팥 서되 부조하고 전주아짐이 밀가루 한 포 선심 쓰는 바람에 시방 팥죽 쑤고 있응께 점심은 회관에 오셔서들 드시랑께요 쇠스랑 입은 세 가지여도 사람 입은 한 가지잉께 뜨거울 때 드시게 싸게싸게들 오시시오 잉.’ 앞장서 달려가는 지팡이 따라 마음 바쁜 고무신 한 짝은 벌써 저만치 내빼고 신바람 난 뒷동네 엉덩이들 올락낼락 추임새 멋들어진다 내리퍼붓는 장맛비에 흠씬 처져있던 회관 앞뜰 엉겅퀴도 펄펄 끓는 팥죽 한 그릇 받아들고 보랏빛 꽃잎 히죽이 벌어진다 빗줄기 요리저리 피해가는 모시나비 놓칠 새라 바득바득 불러들여 이마 찧어가며 맞수저질인데, 한 가지인 입맛 골고루 나누다보면 활화산처럼 기어이 폭발할 것 같던 반목(反目)도 슬그머니 주저앉는 것이어서 먹구름 틈새 비집고 활짝 피어난 웃음꽃구름 새댁 속살처럼 향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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