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숙

전숙 2012. 2. 15. 20:56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숙 일곱 살 여자아이가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었다 아이에게는 수년 째 중병을 앓는 엄마가 있었다 삐뚤삐뚤 씌어진 유서가 발견되었다 ‘수호천사가 되어서 엄마를 간호해줄게’ 아픈 엄마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던 아이는 누군가에게 들은 대로 무릎 꿇고 기도했다 사무엘처럼 작은 손바닥을 꼭 붙이고 빌고 또 빌었다 별똥별이 떨어지는 캄캄한 그믐밤에는 화살기도를 햇살이 눈부신 어느 이른 봄날에는 엄마의 여윈 손을 붙잡고 복수초 같은 엄마의 사랑을 쬐며 까무룩 졸기도 했다 일곱 번 꽃이 피었다가 지는 동안에 아이에게 꽃이 들려준 이야기는 죽으면 수호천사가 된다는 전설이었다 코끼리군단처럼 허공을 가르며 달려온 열차에 종이처럼 구겨진 꽃망울이 방울방울 흩어졌다 생목숨을 고치무덤에 묻은 애벌레에게서 아름다운 날개가 돋아나듯이 목숨으로 엄마를 사랑한 아이의 날갯죽지에서도 오래전에 퇴화된 깃털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자리의 겹눈처럼 육각형의 사랑이 반사되고 반사되어 수수만의 사람들의 수호천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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