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 전숙
오늘은 팥죽 쑤는 날
이장님이 마을방송을 하고
부녀회장님은 집집마다 전화를 건다
‘대동아짐이 팥 서되 부조하고
전주아짐이 밀가루 한 포 선심 쓰는 바람에
시방 팥죽 쑤고 있응께
점심은 회관에 오셔서들 드시랑께요
쇠스랑 입은 세 가지여도
사람 입은 한 가지잉께
뜨거울 때 드시게 싸게싸게들 오시시오 잉.’
앞장서 달려가는 지팡이 따라
마음 바쁜 고무신
한 짝은 벌써 저만치 내빼고
신바람 난 뒷동네 엉덩이들
올락낼락 추임새 멋들어진다
내리퍼붓는 장맛비에 흠씬 처져있던
회관 앞뜰 엉겅퀴도 펄펄 끓는
팥죽 한 그릇 받아들고
보랏빛 꽃잎 히죽이 벌어진다
빗줄기 요리저리 피해가는 모시나비 놓칠 새라
바득바득 불러들여 이마 찧어가며 맞수저질인데,
한 가지인 입맛 골고루 나누다보면
활화산처럼 기어이 폭발할 것 같던 반목(反目)도
슬그머니 주저앉는 것이어서
먹구름 틈새 비집고
활짝 피어난 웃음꽃구름
새댁 속살처럼 향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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