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전숙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때는 그 말이 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리는 줄 알았습니다 아무 말 없이 일어나시더니 툇마루에 걸터앉으셔서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벌건 얼굴로 하루일 마무리하는 뒷산 노을을 보시며 담배 연기 후욱 불어주시기에 그 노을처럼 아버지도 자식농사 끝내시고 마음 한 자락 거나하게 취하셔서 ‘이제 내 아들 다 컸구나’ 대견해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무성히 자란 제 아이의 혀에서 막 돋아난 철부지 새순처럼 그 말이 튀어나왔을 때, 아버지의 가슴에서 날마다 굵어가던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뿌리 채 뽑혔다는 것을 삼십 년이 지나서야 알았습니다.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계정 (0) | 2012.04.25 |
---|---|
금안팔경 (0) | 2012.04.25 |
수박어머니---전숙 (0) | 2012.04.19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전숙 (0) | 2012.02.15 |
2011년 발표작 (0) | 2011.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