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사랑을 품은 불회사 연리지*
맑음 전숙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오>*
불회사 비자나무숲 향기에는
서러운 눈물이 배어있어요
아물거리는 떫은 눈물향 음미하며
고즈넉한 오솔길 호젓이 걷노라면
그 눈물향 닦아주려 천년을 불어오는 바람
전설을 속삭이는 소리가 들려요
억겁의 인연인가
사냥 길 마한의 목지왕자님
약초 캐는 삼엽낭자와
사랑의 화살 꽃불처럼 타오르니
온갖 녹음방초 벙긋벙긋 축하했대요
팥쥐의 시샘인가
맺지 못할 비련인가
넘지 못할 신분차이
왕후장상의 피가 다른가요
억장 무너져 내리는 삼엽낭자
복숭아 볼은 해설피 창백한 달빛 되어
여윈 뺨에 소리 없이
애간장 태우며 흐르는 눈물
천근바위에 백옥 같은 몸을 눕혀
한 떨기 서러운 꽃잎
피어나자 시들어버리니
덕룡산 동백나무
붉은 동백꽃 피눈물
그렁그렁 날리며 꽃보시 문상하고
구천을 떠돌던 삼엽낭자 외로운 넋
천년을 사는 귀목나무에 임인 양 깃들었대요
사랑의 영기 우주의 기를 모아서
삼엽낭자 목지왕자님 부르는 호곡성
온 목지국에 휘파람 되어 울려 퍼지니
실연으로 몸이 상해 이팔청춘에 잠들어버린
목지왕자님 누워계신
마한의 고분까지 잠을 깨웠대요
살아서 이루지 못한 사랑
영혼이 되어서도 서로 그리며 잊을 수가 없었대요
천축국의 고승 마라난타
삼엽낭자 휘파람 소리에 이끌려
동방으로 동방으로 헤매 찾아
포실한 발라*땅에 불회사 창건하고
삼엽낭자 영혼 위로하여 하늘 길로 인도하니
고분의 목지왕자님도
마라난타 천도 길에 삼엽낭자와 해후했대요
또 다시 헤어지랴
그리운 얼굴 다정히 서로 맞대고
뜨거운 두 손으로 얼싸 안으니
태어나기는 딴 몸이나
영혼 사랑 맺은 후에는 일심으로 한 몸 이루었대요
뜨거운 피가 통하는 연리지로 엮인 사랑나무
천년의 사랑은 전설로 흘러가는데
삼엽낭자의 애틋함은 여전히 잔 설움이 남아
아직도 어깨가 촉촉하게 들썩거려요
불회사 석장생 할매 할배 부릅뜬 두 눈에
웃는 듯 우는 듯 안개 서려 젖어들고
올곧게 하늘에 치성 드리는 비자나무숲
우리는 당신들의 영원한 호위무사
자원하여 연리목 지키는 바람입니다
*연리지: 뿌리가 다른 두 나무가 가지나 나무가 서로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것
*백거이의 장한가 한 구절, 당 현종과 양귀비의 못 다한 사랑을 읊음
*발라: 나주 옛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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