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의치>
-맑음 전숙-
어머니 나이 쉰 살 되실 적에
고물고물 자식들 수태하실 때마다
태중으로 빼앗긴 골수 때문에
성치 않은 치아들 몽땅 들어내시고
의치를 하셨대요
어머니는 옆집 순이네가 틀니 끼우고 독사탕 오도독 씹어 먹는 것
너무 부러워 생이빨 다 들어내고 의치로 바꾸셨대요.
한 달은 참아야 한다는 의치 몸살 못 견디시고 끼웠다 뺐다 하시다가
결국 의치는 어머니가 가장 아끼시는 손수건에 고이 싸인 후
어머니 농속 깊은 곳에서 삼십여 년을 잠잤지요.
어머니 돌아가실 때 유언대로 어머니와 함께 묻혔어요.
어머니 생전에 하신 말씀, 내 이빨 한 개가 전체 틀니 보다 낫더라.
의치에 대한 환상이 깨졌을 때도 어머니는, 언젠가
어쩌면 죽은 뒤에라도 한 재산 먹은 저 의치
꼭 써먹어야할 텐데 하시며 기대를 버리지 않으시고
천국길까지 동행을 명하셨을 텐데요.
저는 어머니 의치 생각할 때마다
오지도 않는 미래의 환상에 담보 잡혀
현재의 내 삶은 생이빨 뽑히는 것처럼
맨 날 뭉뚱그려서 희생당하는 것 아닌가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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