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내아에서
맑음 전숙
고즈넉한 목사님 살림집
엿보기로 뒷짐 지고 소요하면
푸르른 잔디 멍석 깔아주고
우뚝 선 호두나무 차일 두르네
음양이 서로를 끌어당겨 화합하듯
둥그런 하늘과 네모진 땅이 서로를 지탱하며
서까래를 받치고 역사歷史를 지켜내네
그곳에 서면 현생의 숨이 멎고
호두알 주름 속에 켜켜이 숨겨진
전생의 불꽃놀이 하늘 천공에 펼쳐지네
선정을 베풀었던 어버이 우리 목사님
악다구니 혹정을 저지른 아귀 같은 도적놈
나는 그 둘 중 누구였을까?
이리오너라 호령은 같아도
에이~ 마음담은 대답소리 달랐으리라
서성이는 양반상놈
뒤바뀌는 상놈양반
목사로 대청마루에 앉아 정사보다가
아니면 관노로 이것저것 궂은일 도맡다가
나는 이 마당을 거닐었으리라
그 둘의 나는 이 마당에서 어떤 생각들을 하였을까?
돌연 안마님이 되어 고방열쇠 허리춤에 찰랑거리니
찬방에서 너비아니 굽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
허기진 과객, 회가 동하여 번쩍 환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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