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연가>
-맑음 전숙-
우리 사랑에 어둠이 내리고
맑은 수정알 아찔해지는
땅거미 침침하게 스며들면
눈앞에 환하던 그 길 멀어져가요
손에 잡히던 당신 모습 아득해져요
귀가歸家를 재촉하는 어둠 한 뜸
머뭇거리는 내 등덜미 떠밀어요
노을 진 꽃차례 화관
반갑게 펼치고
초가을 하늘에 시퍼런 쪽 뚝뚝 물들면
그 푸르름에 그리움 닿을까
쪽물 따라 모가지 길게 드리워요
나의 흔적 밟아 오시는가하여
당신 눈에 뜨이기 전
우리 인연 말라버릴까 봐
심장에서 방울방울 주홍꽃물 내리어
가슴에 낭자한 그렁거리는 정화수
열두 경락으로 사무치게 흘러내리면
오시는 걸음마다 촉촉한 눈물로 반기리다
바람은 여전히 서쪽으로만 머리를 돌립니다
떠나보내지 못하는 심중의 한 꼭지는
바람 한 귀퉁이 부여잡고
울먹이며 애원하여
펄펄 끓는 용광로 식히지 못하고
그 길 다시 뜨겁게 되돌아가보아도
바람결에 날아오는 당신의 향기
이제는 자취도 없습니다
식지 못하는 뜨거운 바람
쪽 깊은 하늘 누비는 붉은 혼이 되어
당신 자태인 듯 홀려 보이는
푸르른 산야山野에 우뚝우뚝 넌출집니다
***********************
흐르는 음악은 원성스님의 <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