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소서노의 사랑이야기

전숙 2005. 8. 29. 13:34

      소서노의 사랑이야기 맑음 전숙 옛날이야기예요 일찍이 한 여인이 있었어요 아들 둘을 둔 청춘과부였지요 ‘오롯한 정성으로 내 아이들을 잘 키워 내리라’ 그래도 한 끝 소년과부의 외로움이 바늘처럼 그녀의 심장을 날카롭게 찔러대곤 했지요 그럴 때면 여인은 정처 없는 마음을 다독이려 시린 영혼들이 마음을 적시어가는 엄호수* 강변을 마른 가슴에 새벽이슬 맺힐 때까지 하냥마냥 떠돌았지요 아득히 흐르는 강물을 보며 자신의 고독한 시름도 하염없이 흘려보내고 싶었을 거예요 그 때 강 저편에서 놀라운 일이 일어났어요 갑자기 강 속에서 물고기와 자라 떼들이 떠오르더니 어별교(魚鼈橋)를 만들고 그 다리를 건너서 한 젊은이가 달려오는 거예요 그 젊은이는 지치고 초라한 도망자로 보였어요 여인은 문득 모성애가 동했지요 젊은이를 거두어서 자신의 나라에 큰 기둥으로 키워냈어요 추격자에게 쫓기던 젊은이는 다급한 심정으로 ‘나는 천제 해모수의 아들이고 하백의 외손이다’ 외치며 손에 든 활로 강물을 쳤어요 순간 강에 어별교가 만들어져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지요 강을 건너니 강변에 수심에 잠긴 듯 애처로운 꽃 같은 여인이 서 있었어요 난생처음 만난 여인은 젊은이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주었어요 젊은이의 가슴에 사랑의 불씨가 지펴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요 함초롬 슬픔을 머금은 한 떨기 꽃 같은 여인이 진실한 마음으로 자신을 대하는데 피 끓는 젊은이의 심장이 어찌 달아오르지 않겠어요? 젊은이는 여인에게 사랑을 고백하였어요 여인은 그 사랑을 마음같이 선뜻 받아들일 수만은 없었어요 젊은이는 자신보다 열다섯 살이나 연하였거든요 게다가 도망 나온 당신 나라에 처자가 있는 유부남이었지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 되었어요 고개를 흔들 때마다 젊은이는 오히려 여인의 뇌리에 더욱 깊숙이 자리 잡았지요 수많은 밤을 뒤채이다가 여인은 결심했어요 '사랑을 받아 주리라, 그이를 지금보다 더욱 깊이 사랑하리라 그리고 그이를 위해 새 나라를 도모하리라' 소서노와 고주몽은 설중매처럼 그렇게 힘겨운 사랑을 꽃피우고 배달민족의 큰 나라 대고구려를 세웠어요 소서노의 사랑은 지극하고 그지없었어요 주몽이 고구려로 찾아온 첫아들 유리에게 나라를 물려주려하자 자신이 모든 힘을 기울여 세운 새 나라 고주몽과의 사랑의 추억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나라 자신의 아버지의 나라 졸본부여를 이어받은 고향의 나라 고구려를 아낌없이 유리에게 내주었지요 소서노는 자신의 두 아들 비류와 온조를 데리고 한반도 남쪽으로 내려와 백제를 세웠어요 소서노는 오롯한 마음을 일으켜 여성으로서 두 나라를 세운 우리 한민족의 뛰어난 여제왕*이었지요 지혜와 덕망을 갖춘 배달민족의 여걸 소서노의 사랑이야기였어요 *엄호수: 압록강 동북방에 있음, 개사수라고도 함 *여제왕: 고구려, 백제 두 나라를 건국한 조선 유일의 창업 여제왕 (단재 신채호-조선상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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