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벙어리 삼룡이 맑음 전숙 내 가슴속에 어여쁜 꽃밭 하나 있소 어느 날은 고운 색깔로 치장한 온갖 꽃들 벙글대며 남실거리오 그런 날은 그대와 귀엣말로 소곤거리며 복숭아 빛 발갛게 달아오르는 그대 뺨에 살짜기 입 맞추리다 내 가슴속에 어여쁜 꽃밭 하나 있소 어느 날은 갑자기 뇌성이 울고 소낙비 쏟아져 남실대는 어여쁜 화단을 사납게 후려치오 그런 날은 바짓가랑이 무릎까지 올려붙이고 그대와 어깨 나란히 꽃삽 들고 물고랑을 널찍이 내주리다 내 가슴속에 어여쁜 꽃밭 하나 있소 어느 날은 살모사 한 마리 똬리 틀고 들어앉아 혀를 날름거리오 그런 날은 그대와 눈꼼질도 하고 서로 종주먹 지르며 일성대갈로 한바탕 욕지거리라도 하리다 부시쌈지 속에 내 가슴속 어여쁜 꽃밭을 접고 접어 몇 겹으로 포개어 주둥이를 꽉 여미어서 허리춤에 둘러차고 손짓 발짓 고갯짓 잘난 몸뚱이로 온갖 시늉하여보나 조롱에 든 독수리요 길이 끝난 외길이요 관상동맥 틀어 막힌 염통이오 막힌 것이 뚫리지 못하면 종내 썩어 가는지라 나는 말 중추가 막혀 내 어여쁜 꽃밭도 썩어 썩어문드러지다가 못내 불이 붙어 활활 타오 나는 허허 웃고 말았소 200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