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벙어리 삼룡이

전숙 2005. 8. 29. 13:11
    
    벙어리 삼룡이
                                           맑음 전숙
    내 가슴속에 어여쁜 꽃밭 하나 있소
    어느 날은 고운 색깔로 치장한 
    온갖 꽃들 벙글대며 남실거리오
    그런 날은 그대와 귀엣말로 소곤거리며
    복숭아 빛 발갛게 달아오르는 
    그대 뺨에 살짜기 입 맞추리다
    내 가슴속에 어여쁜 꽃밭 하나 있소
    어느 날은 갑자기 뇌성이 울고 소낙비 쏟아져 
    남실대는 어여쁜 화단을 사납게 후려치오
    그런 날은 바짓가랑이 무릎까지 올려붙이고
    그대와 어깨 나란히 꽃삽 들고 
    물고랑을 널찍이 내주리다
    내 가슴속에 어여쁜 꽃밭 하나 있소
    어느 날은 살모사 한 마리 
    똬리 틀고 들어앉아 혀를 날름거리오
    그런 날은 그대와 눈꼼질도 하고 서로 종주먹 지르며
    일성대갈로 한바탕 욕지거리라도 하리다
    부시쌈지 속에 
    내 가슴속 어여쁜 꽃밭을 접고 접어 
    몇 겹으로 포개어 주둥이를 꽉 여미어서
    허리춤에 둘러차고
    손짓 발짓 고갯짓 잘난 몸뚱이로 온갖 시늉하여보나
    조롱에 든 독수리요
    길이 끝난 외길이요
    관상동맥 틀어 막힌 염통이오
    막힌 것이 뚫리지 못하면 종내 썩어 가는지라
    나는 말 중추가 막혀
    내 어여쁜 꽃밭도 썩어
    썩어문드러지다가 못내 불이 붙어 활활 타오
    나는 허허 웃고 말았소
    20050623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서노의 사랑이야기  (0) 2005.08.29
사랑의 유효기간  (0) 2005.08.29
나는 길거리 좌판의 장미 한 송이  (0) 2005.08.28
합환목에 피는 자귀꽃 사랑  (0) 2005.08.28
드들이-전숙  (0) 2005.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