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땅 끝에서 해를 떠나보내오

전숙 2005. 8. 27. 17:29

 

 


<땅 끝에서 해를 떠나보내오>

 

                                                -맑음 전 숙-

 

땅 끝에서 해를 떠나보내오
인생 끝자락에서 나를 떠나보내오

 

 

하늘의 해는 눈부셔서 맨눈으로 볼 수 없고
인생은 후회의 회오리바람이라

걸어온 길을 찾을 수가 없소

 

 

해는 제 온 몸을 불살라서

나에게 불기둥으로 쏘아오오
내 인생을 태우고

바다에 모세의 기적을 일으키오
불기둥이 바다를 가르오
바다에는 불타는 길이 열리고
지금 다시 걸으면 후회하지 않을
반듯한 길이 펼쳐지오

 

 

욕망과 집착과 번뇌의 해를 떠나보내고
순종과 소망과 관조의 해를 맞고 싶소

 

 

지는 해를 떠나보내고
회한으로 얼룩진 내 인생을 떠나보내고
나는 빈 몸으로 가볍게 일어났소

 

 

내일 아침에 떠오를 해를 걱정함은
자식의 앞날을 걱정하는 부모처럼
안 해도 될 잔소리를 해대는 노부처럼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쓸쓸한 기대인 것을
해는 이미 알고 떠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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