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만만한 엄마

전숙 2005. 8. 27. 16:46
 
 
 
 
만만한 엄마
 
 
                      전숙(맑음)
 
 
( 나는 엄마가 제일 만만해.)
 
‘꽃보다 아름다워‘에서 큰 딸의 대사다.
 
그 대사는 장미가시가 되어 내 심장을 할퀴었다.
 
그래 그 것이었어.
 
어머니 돌아가신 후 항상 묵직한 돌멩이가 심장에 매달려있었지.
 
‘어머니’라는 단어만 보아도 가슴에서 회한의 눈물이 솟아나왔어.
 
어머니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저 잔소리만 하신다고 매도했었지.
 
어머니가 화풀이 상대라도 되는 듯 온갖 포악 떨며 대 들었어.
 
어머니를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면서
 
어머니께는 할 말 못할 말 하나도 참지 않고 모두 쏟았지.
 
5 분만 지나면 후회하고 어머니께 용서 빌고 싶어도,
 
독설은 총알처럼 튀어나가서
 
어머니 가슴을 후벼 파면서도
 
용서를 비는 말은 알량한 자존심의 벽에 걸려서
 
혀에서 입 밖으로 나오는데
 
90 잡수신 어르신 지팡이 짚고 수 십리 걸어가듯
 
그리도 더디더디 더듬거렸을까?
 
그것도 어머니 얼굴 외면하고 입속에서 사라지는 작은 소리로…….
 

내가 포악을 떨어도 나에게 손가락질 안하실테니까,
 
고발도 안하시고,
 
미워하지도 않으실 테니까,
 
화가 나셔도 내가 사과하고 아양 부리면
 
금방 눈 녹듯이 풀어지실 테니까,
 
그래서 엄마가 편하고 만만해서 그랬구나!
 

이제 그 업보로
 
나도 자식 놈들에게 만만한 엄마가 되어
 
그 놈들의 더러운 성질 다 받아내고
 
눈물 찔끔거리며
 
만분의 일이라도 엄마 심정 알 것 같다며
 
어머니, 어머니하고 염치 좋게 어머니 부르면서 하소연하고
 
자식 놈에게 네 놈도 너하고 똑같은 놈 낳아서 키워보라고
 
대물림 받은 악담 퍼부어가며
 
속수무책으로 바보 같은 만만한 엄마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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