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움을
타고 피는 능소화 ♡
전숙 (맑음)
구중궁궐의 꽃
소박맞은 외로운 궁녀
임 오시나
까치발 딛고
담장 밖으로 고개 내밀면
진한 한숨은 나팔에서
저녁연기처럼 솟아오릅니다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나듯
날 잊은 임에 대한 그리움은
초록줄기에 주홍색 눈물로
방울방울 맺혀집니다
눈물 속에 젖어 보이는 높은 담장이
임의 포근한 가슴팍인가 하여
엉키고 파고들어보니
내 마음과 상관없는 담벼락은 차갑게 식어있습니다
다가오는 임의 발자국소리
깜박 졸다 행여 놓칠까
귀는 소라껍질처럼 활짝 열리고
뜬 눈으로 밤새운 여린 몸으로
병들어 시들어가도
임의 눈에 초췌한 모습 보이기 싫어
통꽃으로 그대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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