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작은집 (시앗)

전숙 2005. 8. 27. 16:04

 

 

 

 

 

 

작은집 (시앗)

 

                                       전숙(맑음)

 


아버지 작은집 살림 오십 년
바람 같은 세월이 어머니 한을 품고 더디더디 불었어요
어머니는 아버지를 잊으신 줄 알았어요
마음에서도 머리에서도 지우신 줄 알았어요
칠십 평생 청상 아닌 청상으로
자식들 앞에서 눈물 한 방울 안보이시던 어머니
어느 날 아버지 돌아가셨다는 비보에
어머니 가슴에서 쿵-
하늘 무너지는 소리
제 귀에까지 들렸어요

 

 

그리도 원망스럽고 미운 서방님
다 늙어서 갔다는데 하늘이 무너지다니요

 

 

어찌어찌 자식 둘 낳고
꽃다운 이십대 때 소박데기 신세 되어
두 자식 키워내며 서러운 세월 두 주먹 불끈 쥐며 사셨대요

 

 

아버지 사시는 작은집 쪽 하늘로
어머니 한숨은 질긴 그리움 지고 길을 떠나고
어머니 가슴속에서는 세월이 멈춰
집 떠날 때 그 모습으로 각인되어
오십 년을 하루같이
이 밤 지새면
시앗에서 눈을 떠서 조강지처 찾아오시리
희망 품고
한 땀 한 땀 누비이불 눈물 실로 누비셨대요

 

 

쿵-소리는
어머니 희망이 무너지는 소리
기다림의 실 땀이 끊어지는 소리
어머니 눈물바다 갈라지는 소리였어요

 

 

어머니 장롱 속에 가득 쌓인
오십 년 눈물바다 누비이불
서러워서 서러워서 어떻게 덮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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