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전숙 2005. 8. 27. 15:20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맑음 전숙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우연히 누군가의 인생에 스치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떤 바람이 되실래요


부디 조심하셔요

살갑게 보드라운 산들바람이 되어

그이 꽃밭잔치에 초대받아

꽃가루 분분한

꿈의 여행에 동행하시려면 요

한 생애를 집중해

꽃봉오리 활짝 터뜨리는 꽃눈

헐떡이며 목마른 그이에게

촉촉한 이슬 한 방울 건네려면 요

 

제발 부탁이에요

사나운 폭풍우 되어

애써 가꾼 그이 고운 꽃밭을 헤집어 망치지 마셔요

북풍한설 같은 당신의 오만한 독설이

그이의 연약한 심장을 할퀴면

제 혼자서도 힘겨워 서러운 꽃잎

벼랑 끝에 내몰리듯 시들어버려요

알탐지게 커가는 인생의 열매

칼바람간섭에

뿌리까지 흔들리면

때를 기다리는 희망의 불씨 움츠려들어요

 

아서요

그이 꽃밭의 정원사가 되려는 꿈은

그냥 당신의 꿈으로 접어두셔요

그이가 혹여 라도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꽃이거든

저 혼자 일어서서 단련된 두 발로 뛰어가도록

당신은 그저 간절한 기도만 해주셔요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그이의 인생에 우연히 스쳐 지나칠 때

꽃샘바람 밀어내주는 훈풍이 되어

그이 꽃봉오리 따뜻이 안아주시면

그이는 싱싱한 꽃미소로 화답하리다

                  

 
 
바람의 노래-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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