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맑음 전숙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우연히 누군가의 인생에 스치게 되었을 때
부디 조심하셔요
살갑게 보드라운 산들바람이 되어
그이 꽃밭잔치에 초대받아
꽃가루 분분한
꿈의 여행에 동행하시려면 요
한 생애를 집중해
꽃봉오리 활짝 터뜨리는 꽃눈
촉촉한 이슬 한 방울 건네려면 요
제발 부탁이에요
벼랑 끝에 내몰리듯 시들어버려요
칼바람간섭에
뿌리까지 흔들리면
때를 기다리는 희망의 불씨 움츠려들어요
아서요
그냥 당신의 꿈으로 접어두셔요
당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꽃이거든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그이의 인생에 우연히 스쳐 지나칠 때
꽃샘바람 밀어내주는 훈풍이 되어
그이 꽃봉오리 따뜻이 안아주시면
그이는 싱싱한 꽃미소로 화답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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