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꽃무릇의 전설

전숙 2005. 8. 27. 15:52

  

 

 

 

 꽃무릇의 전설

                                                    전숙(맑음)


정혼하고 싸움터에 나가신 임

기다림에 시퍼런 하늘은

나의 그리움 모두 빨아들이고

창공으로 나의 기다림만큼

더 머얼리 깊어갑니다


돌아오면 초례청 차리고

백년가약 맺자던 임은 감감 무소식

검붉게 타들어가는 내 속내 아는지

어디선가 짝 잃은 외기러기

힘겨운 날갯짓만 짝 찾아 허공을 무너뜨립니다


어듸메 싸움터에서 임 소식 올지 몰라

여섯 꽃차례마다 여섯 개의 수술 안테나

천지 36 간지(干支)에 빈틈없이 세워놓고

귓바퀴는 힘껏 활 굽히어

한마디 소식도 놓치지 않으리

태풍에 뒤집어진 종이우산 꼴 하고서도

부끄러운 줄도 몰랐습니다


임이 나를 찾아 득달같이 달려오실 때에

임의 눈에 잘 뜨이려

머리에 단심(丹心) 같은 붉은 화관 곱게 두르고

모딜리아니의 미녀처럼 목을 기일게 늘려봅니다


붉은 화관 끝 가슴 떨린 임의 푸르른 입맞춤으로

나의 기다림은 끝이 나고

표주박 잔에 합환주를 임과 나누어 마시면

이제는 임이 나를 기다리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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