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의 전설
전숙(맑음)
정혼하고 싸움터에 나가신 임
기다림에 시퍼런 하늘은
나의 그리움 모두
빨아들이고
창공으로 나의 기다림만큼
더 머얼리 깊어갑니다
돌아오면 초례청
차리고
백년가약 맺자던 임은 감감 무소식
검붉게 타들어가는 내 속내 아는지
어디선가 짝 잃은
외기러기
힘겨운 날갯짓만 짝 찾아 허공을 무너뜨립니다
어듸메 싸움터에서 임 소식 올지 몰라
여섯
꽃차례마다 여섯 개의 수술 안테나
천지 36 간지(干支)에 빈틈없이 세워놓고
귓바퀴는 힘껏 활
굽히어
한마디 소식도 놓치지 않으리
태풍에 뒤집어진 종이우산 꼴 하고서도
부끄러운 줄도
몰랐습니다
임이 나를 찾아 득달같이 달려오실 때에
임의 눈에 잘 뜨이려
머리에 단심(丹心) 같은
붉은 화관 곱게 두르고
모딜리아니의 미녀처럼 목을 기일게 늘려봅니다
붉은 화관 끝 가슴 떨린 임의 푸르른
입맞춤으로
나의 기다림은 끝이 나고
표주박 잔에 합환주를 임과 나누어 마시면
이제는 임이 나를 기다리실
때입니다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사랑 (0) | 2005.08.27 |
---|---|
작은집 (시앗) (0) | 2005.08.27 |
코스모스 성장기 (0) | 2005.08.27 |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0) | 2005.08.27 |
허수아비의 꿈 (참새가 된 허수아비) (0) | 2005.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