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봉사 겁 없이 뛰어들다
맑음 전숙
분명 좌회전 화살표를 보고 핸들을 꺾었는데
막차 탄 투기 티켓이
팔차선을 미처 다 건너기 전에
신호가 바뀌었나보다
막차 지나는 시간 지루한
대기선 부동산 눈치다리들
쌍라이트 번뜩이고 경적도 요란하더니
벌써 판교 지나 핵심도시로
발 빠르게 악셀레이터를 밟아버렸다
심란한 막차의 핸들 뒤죽박죽으로 엉켜들고 만다
사지의 사거리를 용케
목숨 줄 부여잡고 통과하니
심장이 오그라들어
그만 브레이크를 콱 밟고
오른 깜박이로 잠시 숨을 고른다
오래 묵은 <중년의 인기가요> 테이프에서는
‘한치 앞도 모르는데’와 ‘접시 깨지는 소리’가 흔들거린다
흰 지팡이 하나에 의지해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끊어져버린 블록에 황당해하는데
누군가 내미는 도움의 손길에
타고자 하는 버스에 올라앉아
오늘도 무탈하게 하루를 건넜구나 가슴 쓸어내린다
눈 뜨여 줄 효녀심청이 실종된
아니면 너무 넘쳐나는
새천년의 문턱에서
점자안내판을 더듬거리며
답답한 어둠속 눈 밝혀준다고
유도블록 겁 없이 따라 걷다가
복개된 눈물샘에 뛰어들어
뇌사腦死 당하지는 않을는지
‘한치 앞도 모르는데’ 엇박자 음표가
바람 든 알루미늄 상판
펄펄 포옹해대는 태양의 정열에
한껏 늘어지더니
다시 ‘접시 깨지는 소리’로 뒤엉켜들었다
200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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