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봉숭아 꽃물

전숙 2005. 8. 27. 13:15
 
 
 
 
봉숭아 꽃물 

                                                  전숙(맑음)
 

손톱에 물든 봉숭아 꽃물 속에
지난여름의 추억 빨갛게 물들이고
손톱 속에 떠오르는 알콩달콩 여름 곰곰 되새긴다
 
 
손톱의 키가 커갈수록
싹둑싹둑
알콩 여름이 잘려나간다
 
 
땡볕 달콩 추억들이,
황순원의소나기가
탁탁
튀어 올라
아무데나 처박혀도 좋으니

 

 


그냥 잊지 만 말아다오
밤에 추억을 자르면 귀신이 나온다더라
 
 
추억을 지우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어느 가엾은 영혼이
봉숭아 꽃물 속에 빙의하나 보지
 
 
알콩달콩 추억은
보름달에서
점점 이지러져
반달이 되고
그믐달이 되어
희미한 기억 속으로 녹아든다
 
 
인정머리 없는 손톱은
어느새 붉은 추억을 하얗게 지워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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