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의 절규를 들어봐
전숙(맑음)
그것은 핍박 받는 민중의 절규
억울한 삼시랑들의 쉰 목울대
이준 열사의 할복에 넋 나간 오장육부
분신으로 불타버린 전태일의 청춘
히틀러에 집단학살 당한 유대인의 기도
유대인에 고난당하는 팔레스타인의 절망
강대국에 사냥몰이 당하는 약소국의 울분
부모에게 버림 받은 거리의 천사의 고독
자식에게 외면당하는 어버이의 쓸쓸한 공허
착취당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비애
해마다 농사지어 빚만 늘어가는 농부의 속앓이
울화의 불에 타버린 내 가슴을 보아라
분노의 칼에 찔린 내 심장을 보아라
피멍든 상처는 아물지 못하고
피고름 굳은살이 되어
저절로 통곡의 아가리 쩍쩍 벌어진다
서러운 사연마다 붉은 한恨
알알이 박히고
억울한 속내 시디시게 삭아내려
피고름 사연 하나 아작 터뜨리면
입안에 가득 시큼한 피눈물 꺼이꺼이 솟아난다
피눈물 사연마다 꾹꾹 눌러 삼키면
피떡 응어리가 되어 심장을 짓누르고
심장은 또다시 활화산이 되어
붉은 용암 철철 흘러넘친다
반복되는 역사의 수레바퀴
해마다 가을이면
약자의 피눈물
꾸역꾸역 흘러내리는
가을의 심장
피맺힌 가슴을 열어젖히고
울부짖는 민초들의 열매
석류의 절규를 들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