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9년 10월 30일 나주
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전숙(맑음)
짓밟힌 자
억울한 자
빼앗긴 자의
고통이 용암처럼
뜨겁게
그들의 가슴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질풍노도와 같은 청춘의 피가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
삼일만세운동의 절규가 귀에서 함성이 되어 울려
퍼졌다
태극기를 흔드는 촌로의 팔을 왜놈순사가 칼로
치니
촌로는 남은 한 쪽 팔로 떨어진 태극기를 주워들어 다시
흔들고
왜놈순사는 그 팔마저
잘라버렸다
그 왜놈순사의 동족이
두 팔이 잘려나간 촌로의
동족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하였다
댕기머리 여학생 박기옥의 사촌 동생, 박준채 용감하게
따진다
‘후쿠다, 야비하게 여학생을
희롱해?’
‘뭐, 센징 주제에
까불어?’
센징이 너희 나라를 강점 하였더냐
너희 나라 백성의 재산을
빼았았더냐
너희 국민을 고문
하였더냐
너희 나랏말을 못 쓰게
하였더냐
너희 국민을 어떤 고통 속에
빠뜨렸더냐
너희 누이를
희롱하느냐
억눌렸던 민족감정 화산처럼 폭발하고
붉은 피
의기투합하여
울분과 악에 바친 조선의 젊은 학도들
30여명
패싸움 걸어오는 왜놈학생들 50여명 실컷
두드려놓으니
잠시잠간이라도 조선민중 울화로 막힌 가슴 터질듯
후련하구나
나주 역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씨앗이 되고 꽃을
피워내니
삼일독립만세운동, 6.10만세운동이
계승되고
우후죽순처럼, 요원의
불길처럼
전라도로 전국으로 북간도로 연해주로 일본으로
미주로
독립정신 민족기상 힘차게 퍼져나가니
이 나라 광복의
밑거름이시라
아, 민족의 혈기여
우리의 뜨거운 청춘이여
왜놈들에게 고문당하고 학교에서
내쫓기고
여린 몸으로 갖은 고초 겪어낸 젊은
영웅들이여
자랑스러운 선열들이여
그 기상 영원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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