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누굴 향해 소리치는가
억새는 누굴 향해 손을 흔드는가
억새는 누굴 위해 흐느끼는가
노오란 탱자향기
오색 코스모스에 스미는 청량한 공기
가을남자의 쓸쓸함
오곡백과 끝맺이
이별의 몸짓 단풍
스산한 낙엽의 고독
고단한 여행을 즐기는 철새들의 군무
이 가을이 아까운 결혼동이들
시간을 멈추고 싶은 사추기 아줌마들
솜털아기 콧바람에도 억새는 몸을 흔들어 아는 체를 한다
억새는 넘치는 사랑으로 한시도 가만히 서 있을 수 없다
귓가를 스치는 삼라만상을 다 헤아려 보듬고
은빛 천사의 날개를 펼쳐 모든 풍경의 든든한 배경이 되어준다
화려한 빛깔도 내지 않고
저 잘난 바람소리 막아내지도
드러낼 아름다운 자태도 없으면서
모든 가을의 조형물이 되고
아무에게나 흔들려주며
모두에게 두 손 흔들어 반갑게 맞아주고
온몸으로 서럽게 배웅한다
언제나 어머니 같은 고향하늘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굽혀 큰 절을 올린다
겸손이 무엇인 줄 아는 억새
낮추어도 결코 땅바닥에 드러눕지 않는 억새
가을을 노래하고 가을을 흐느끼는 억새
그 가을을 보내는 억새가 다시 힘껏 함성을 지른다
가을아- 잘 가-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화요법*에 대한 小考 (0) | 2005.08.26 |
---|---|
불효자는 웁니다 (0) | 2005.08.26 |
석류의 절규를 들어봐 (0) | 2005.08.25 |
데살로니가전서 (0) | 2005.08.25 |
1929년 10월 30일 나주 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나? (0) | 2005.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