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고년들

전숙 2005. 8. 25. 18:37

 

 

 

 

 

고년들
                     
                                         
      
                                        전숙(맑음)

 

고년 이년 저년
잘난 년 못난 년
웃는 년 찡그린 년
복 터진 년 지지리 궁상인 년
인생 사추기로 접어드니
모두모두 불쌍한 년
모두모두 그리운 년

 

거울 쳐다보며 늘어가는 잔주름 검버섯에 한숨쉬는 년들
눈 꼬리 처진 것 보기 싫다고 사진도 안 박는 년들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년들
아직은 희망을 꿈꾸는 년들
그래서 사는 것이 즐거운 년들

 

저승 길 떠날 때 죽을 일이 걱정인 년들
잠자듯이 천국으로 떠나기 원하는 년들
치매 걸리지 않기를 비는 년들
죽는 날까지 내 발로 화장실 가기 바라는 년들
가는 날까지 주머니에 꿍쳐둔 용돈
두툼하게 남아있기 감질내는 년들
여전히 배터지게 욕심 많은 년들
흙밥으로 돌아가면 한 톨의 먼지 되어 풀풀 날릴 년들
그래도 품앗이의 정으로 서로 좋다고 낄낄대는 년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더라고 자위하는 년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차가운 이슬 흠씬 두들겨 맞아
월매의 밥상 같은
찌-ㄴ한 측은지심의 향내 풀풀 뿜어내는
한 떨기 탐스런 국화 같은 년들
고년들에게 복 있을지어다
소원대로 다 이루어질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