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랑
전숙(맑음)
무등 장불재 한 자락 어느 봉분 뜨락에서
당신 무릎 베고 눈 감은 순간
살랑이는 산들바람 볼을 간질이고
하늘은 내려와 푸른 천정이 되어
당신 눈망울에 새털구름이 흐르고
감미롭게 귓가를 맴돌던 당신의 허밍소리
영원처럼 행복했던 그 찰나
추억은가슴속에 시들지 않는 꽃봉으로 피어나고
추억이 녹아 심지를 돋우며 촛불처럼 타오르리
사랑할 때는 사랑하는당신과 마주하는 시간만 기억되고
나머지는 자투리로 오로지 당신 기다리는 마음일 뿐
당신외의 삶은 지나쳐가는 대사도 없는 행인 엑스트라
온몸의 신경이 당신에게로만 집중되어
당신만을 바라기하는 한 떨기 꽃
사랑이 떠날 때 태양은 다시 떠오르지 않고
강물도 더 이상 흐르지 않아
세상의 시계는 모두 멈추어버리고
나의 공기 속에는 어둠과 적막과 눈물만이 흐르리
시간이 약이란다
그냥 숨만 쉬어라
사랑이 떠난 뒤
이과수폭포에서
천 길 낭떠러지 떨어지며
일으키는 물보라 무지개처럼
너의 가슴에
사랑꽃불에 입은 화상 흔적이
꽃잎처럼 새겨질 때
정화된 그리움이
뭉클뭉클 추억의 무지개로 떠오르리
그때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사리처럼 영롱한 보석으로 빛나리
인생도 사랑도
지나고 보면
아쉽고 애틋한 한없이 가여운 별빛
이미 사라진 별을 떠나
수억 광년 헤매다가
지구 천공에서 빛나는
한줄기 별빛의 덧없는 무상無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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