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홀애비 전숙(맑음) 봄바람이 사나운 사자 갈기처럼 한껏 성을 내어 허공을 할퀼 때 이십 년 홀아비는 질긴 삶의 끈을 놓아버렸다 처연한 상여소리 몸부림쳐대는 만장기에 묻혀 가난한 홀아비는 이승의 마지막 길을 떠나는데 동네 사람들은 받아놓은 날이라 어쩔 수 없다며 버스 두 대에 가득 타고 꽃놀이를 가는구나 상여 뒤통수에는 피붙이 서넛 아버지 마지막 배웅 길 서러운 걸음 따라 눈물자국 흥건하고 허공으로 날아 내리며 문상하는 벚꽃들 이십 년 홀아비 중국 삼베 수의 속에는 오밤중 홀로 등 긁던 외로움이 빨딱 넘어간다 이승에서 이웃에게 베풀었던 몸 보시 헛되지만은 않아 이구동성으로 끄덕끄덕 아까운 사람 갔구먼 혀 차는 소리 들리시오 생사의 길을 가르는 거미줄 그네 휘청거리며 서방정토로 도움 닫는 해거름에 땅거미 지는 생의 끝자락 봄바람 타고 붉어지는 선산 한 귀퉁이 고독한 봉분 하나 땅을 배고 하늘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