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미나리꽝

전숙 2005. 5. 12. 18:40
 
      미나리꽝 전 숙(맑음) 팔십 노구(老軀), 미나리꽝에서 벗었다. 말라비틀어진 삭신 훌훌 벗어 던졌다. 아들놈아, 딸년아, 저승길 노잣돈은 당치않다. 방금 내 손에 베인 미나리가 북망산천 동행하니 외롭지는 않구나. 무자식이 상팔자 라더라. 나라에서 먹여 살린다더라. 나는 복도 많아 아들놈도 딸년도 넉넉히 두었구나. 너희 부모 천년만년 살 줄 알고 네 자식만 챙겼더냐? 미나리꽝 품삯에 술값 목매던 영감쟁이 불쌍쿠나. 아들놈아, 딸년아, 팔십 노구, 미나리꽝에서 벗었다. 미나리꽝 순직(殉職)으로 받은 미나리꽝 표창장이, 내 처음 상장(賞狀)이다. 어서 와서 사진 박고 한껏 웃어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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