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스크랩] 900원의양심

전숙 2005. 5. 8. 12:30

<

 

900원의 양심

돈을 깜박 했는디 외상 해줄랑가
어르신, 암만요

 

까맣게 잊어버린 일
아침 일찍 부르는 소리
옛소, 외상 받소

 

등 굽은 팔순 어르신
900원 외상 갚으러

 

목마른 풀잎
목 축여주는
아침이슬에
검정 고무신
목간을 시키고
시린 발 뒤척이며
들길 건너
산등성이 넘어서
오리길


당신같이
마르고 휘어진
지팡이 부여잡고
뚜벅뚜벅
가쁜 숨 몰아쉬며
양심 꽃 꺾일라
종종걸음

 

황송해서
아이고 안 주셔도 되는디
무슨 소리
언제 죽을지 모릉께
남의 것 얼릉 갚아야제
그래야 내 속이 편하당께

 

암만요
어르신 양심이 우리의 뿌리지요
근디 우짠 일로
돌아서는 어르신 굽은 등이 눈에 밟혀
온종일 가슴이 미어진당가요                  
      

출처 : 비공개
글쓴이 : 익명회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