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동새와 네온사인 전 숙 나부(裸婦)의 몸으로 온 몸을 문신하고 세상에 한 오라기 감춤 없이 자신을 펼쳐 보이는 네온사인에는 슬픈 사연이 숨어 있답니다 바로 우리 삼대할머니 이야기지요 우리 삼대할머니의 시어머니는 갓 시집 온 새 며느리가 못마땅하여 그리 미워하시더니 급기야는 쫓아내실 요량으로 잘난 아들 한양으로 과거시험 보낸 후에 머슴을 며느리 방에 들여보내 머슴과 놀아났다 누명 씌워 내쫓았대요 서방님 한양에서 과거급제 하신 후에 어사화 꽂고 백마 타고 필리리 유가(遊街)* 도니 우리 삼대할머니 친정 밭에서 김 매시다가 백마 타신 서방님 쳐다보고 호미 든 채 그 자리에서 피 토하고 돌아가셨대요 그 날부터 우리 할머니네 시댁 기와지붕에는 접동새 한 마리 날아들어 접동 서방님 아니에요 접동 접동 서방님 억울해요 접동 접동접동 날마다 울었대요 접동접동으로 알릴 길 없었던 우리 할머니접동새는 어디론가 날아가셔서 그 후론 소식이 없었대요 나는 어머니로부터 전설 같은 우리 삼대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밤에 밤새도록 울었어요 삼대할머니 설움이 나에게 옮겨 온 것처럼 섧게 섧게 울었어요 그 날 밤 꿈에 삼대할머니를 만났어요 아가 이제 나는 서럽지 않단다 나는 세월을 날아와서 네온사인이 되었단다 원통한 가슴도 답답한 속내도 억울한 사연도 온 몸으로 말할 수 있으시데요 생각이 몸으로 흘러 번쩍번쩍 외치신대요 세상의 억울한 사연을 형형(熒熒)한 네온 빛 춤사위로 알리신대요 네온사인의 휘황찬란한 불빛이 우리 삼대할머니 넋인 줄 알았으니 오늘밤 나는 넋을 놓고 보겠어요 우리 삼대할머니 몸짓 속에 숨어있는 기막힌 사연들을요 주)유가; 과거급제자가 좌주, 선진, 친척들을 찾아보기 위해 풍악을 울리며 시가를 행진하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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