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시
동문 밖 석당간에 동이 튼다
전 숙
동문 밖 석당간에 을유년 새해의 동이 터온다
마한의 긴- 휘파람 소리에
목지국 고분들이 천년의 잠을 깨어 새 아침을 맞는다
백제의 우렁찬 북소리에
천년 고찰들이 산문山門을 활짝 열어젖힌다
고려의 힘찬 말발굽 소리에
금성산이 화답하여 너덜바위가 쩌렁 울린다
조선선비 면학의 낭랑한 글소리에
향교 대성전의 알천 은행나무 선비정신 푸르르게 하늘을 받힌다
동트는 새벽은 민초들의 함성마다
발원의 알을 품어 희망의 새 움을 틔우리
역사의 활화산 불을 토하고
선조의 숨소리 시뻘건 용암으로 흘러넘친다
옥개석보주*에서 새벽을 부르는 수탉의 우렁찬 목청에
천년을 달려와 떠오르는 나주의 햇덩이
붉은 정열은 소리 없이 세상을 밝고 따뜻하게 비추이리
금성산 정녕봉의 신뢰의 햇살과
월출산 천황봉의 화해의 햇살이
화살처럼 쏘아 와서 바람 되어 만나는
정수루 겹처마 팔작지붕 누각에서
소망의 달걀
생명의 실핏줄이
엉키어 꿈틀대고
부활의 병아리 새 숨을 터트리리
영산강이 어기어 차 호령하며
용오름으로 왕성한 혈기 뿜어내고
강건한 가물치 펄펄 뛰어오르니
수천가닥의 샛강에서는
대한의 젖 줄기 초유처럼 가득 넘쳐흐르리
천년을 갈고닦은 나주의 용트림
새해새날에 굳은 다짐
일어서리라
번성하리라
선조의 지혜의 강 이어 흐르리라
도도하게 물결쳐 이어가리라
금성산 뜨거운 정기 온 누리에 퍼져나가리
나주의 정신이 맑게 깨어나
천년의 영광 떨쳐나갈 새 해 새 날 새 햇덩이가 솟아오른다
*옥개석보주: 당간 맨 윗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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