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스크랩] 초복날 황구(黃狗)를 추념(追念)하다!

전숙 2005. 5. 8. 12:28




토사구팽(兎死拘烹)
                                                            전 숙
주인어른,
영혼을 울리는 소리 힘겨운
첼로의 현이 끊겼어요
제 주인을 압도하는 태산 같은 몸에서
줄 하나 끊기니
첼로의 영혼은 벙어리 되었어요
주인어른, 저는 요
제 영혼이 차라리 벙어리였으면 좋겠어요
사랑하는 주인어른께
날마다 흘러가는 콧물 지우듯
팽-하고 버림받으니
저는 요 제 영혼은 요
은하수에 설움 담그고 밤마다 눈물 반짝거려요
주인어른,
삼 년간 동고동락한 제 육신의 맛이 어떠했나요
삼복더위에 흘린 땀만큼 몸보신 잘하시었나요
천 일 동안 쌓은 정이 그리도 야박한가요
폐광에서 혼자 삭아 가는 육젓처럼
억울하고 믿기지 않아
몸 잃은 영혼마저 삭아서 흩어져요
은하수에 별똥별로 하염없이 흘러가요
공치사 같지만요
삼 년 동안 목청 돋구어 수문장 노릇
가족 내바램에 마중까지
한번 거름 없이 제 직분 다 했어요
사냥 끝나면 저는 뜨거운 물에 튀겨지나요?
인간들 정치판에만 철새처럼
살찌울 먹이 찾아 흘러 다니는 인심 있는 줄 알았지요
머리 쓰다듬으며 사료 챙겨주시던 주인어른이......
저는 지금도 믿을 수 없어요
주인어른,
아니라고
실수였다고
미안하다고
오늘밤 당신 머리 위에서 눈물 반짝이는
은하수에 속삭여 주실래요?
저는 그 속삭임 가슴에 간직하고
별똥별에 스며들어 당신 품에 돌아올게요                          
출처 : 비공개
글쓴이 : 익명회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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