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무늬** *전숙* 소리 없이 어두워질 것 얘야, 네 가슴의 달을 잘 간수하거라 달의 무늬를 기억해야한단다 흔적 없이 스며드는 이슬도 무늬가 있단다 울타리콩이 울타리를 감고 자라듯이 네가 감고 자라야 할 것들 모든 스러지는 것들의 무늬를 만져보는 일이란다 몸을 떨며 뛰어내리는 단풍잎도 손을 잡아주는 달빛이 있는 한 외롭지는 않단다 풀벌레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떠나지 못하는 가을처럼 붉어지는 생이 결코 물들일 수 없는 것 나무껍질이 딱딱한 고목도 아기솜털처럼 순한 실뿌리가 있단다 고목이 살아가는 힘은 그 실뿌리에 기대어 깊어지는 그늘이란다 이윽고 한 잎 서러운 낙엽 되어 돌아가는 모든 달덩이는 남겨진 달빛이 외롭지 않도록 무늬를 벗어두고 간단다 무늬를 읽다보면 어느새 네 가슴에 떠있을 달 바이칼 호수를 비추듯이 또 누군가를 비출 저 서러운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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