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치매를 건너다--전숙

전숙 2010. 5. 22. 19:43



              **치매를 건너다** 시: 전숙 고사목이 되어 선 채로 피돌기를 멈춘 고사목이 되어 마음을 두드리는 모든 바람을 떠나보낸다 어떤 뜨거운 맹세도 나의 벼락 맞은 심장을 돌이킬 수가 없다 썩은 발가락이 떨어져나가듯 썩은 시간의 지체들이 뭉텅뭉텅 사라지고 울지도 못하는 발가락을 찾아서 해거름의 붉은 젖무덤을 더듬고 더듬는다 절벽, 절벽, 절벽 기억의 젖줄은 가난한 어미처럼 말라붙어 낯설고 낯선 망각의 안개바다 그 무표정한 파도에 떠밀리며 나 아닌 나는 선잠 깬 아이처럼 사랑에 허기져서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프다 얼마나 캄캄하더냐 얼마나 춥더냐 더운 눈물과 설레이는 미소가 무성하게 피어나던 꽃길을 지나왔노라 스스로 위로할 줄도 모르는 향기로운 영혼이여 명주손수건에 고이 접어둔 첫입맞춤도 이제 다시는 젖은 눈빛의 추억이 되지 못해 나는 당신에게로 갈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