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5.18 30주년 추모사-아버지의 하늘---전숙

전숙 2010. 5. 16. 22:04

 

 

 

5.18 30주년 추모시

아버지의 하늘                           

                                   전숙

작은 가슴에 아버지의 영정을

꼭 끌어안았던 눈물의 아이가

아비의 강으로 깊어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사무친 여정에 민들레는 눈물들의 날개가 되고

찔레꽃은 상처들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바위가 몽돌을 짓눌러도 아무도 아프지 않는

침묵의 하늘은 아버지의 하늘이 아니었지요

허방에 빠진 이웃에게 마음 한 자락 툭 잘라내어

그 막막함을 받치고서야 저녁놀에 물들던 아버지


인권의 심장이 짓이겨지고

자유의 햇살이 포박당하고

민주의 뇌수에 총알이 박혀

‘무등’에의 길은 무너지고 무너지고,

상처투성이 풀꽃들은 상처가 상처에게

내어준 마음 한 자락씩에 기대어

길을 멈추지 않는 것만이 오롯한 정의였지요

그리하여 가슴 가슴을 때리는 절규를

목숨으로 껴안고 걸어간 십자가의 길

그 뜨거운 희생의 용오름으로

역사의 정수리에 우뚝 부활한

아버지의 하늘은 나라와 지구촌을

평화의 꽃밭으로 가꾸어갈 ‘민주경전’이지요


꺾이지 않는 푸르름으로

만삭의 통꽃 채 스러져버린 미애님은 머리글이 되고

풀꽃들이 깨금발로 들어올린 주먹밥은 꼬리글이 되어

어떤 지독한 어둠도 무릎을 꿇고야 말

새하늘 새뜸의 꽃으로 피어났지요


노랑장다리꽃에 날아든 붉은점모시나비

양볼이 터지고 뱃구레가 불룩해도

어느 누구도 눈 홀기지 않는

아버지의 하늘,

우리 모두의 아리따운 오월입니다


오늘 나는

비로소 열린 아비의 귀로,

내 아이의 고사리 마음을 부여안고

30 년 전 작은 가슴에 묻었던

나의 어린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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