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30주년 추모시
아버지의 하늘
전숙
작은 가슴에 아버지의 영정을
꼭 끌어안았던 눈물의 아이가
아비의 강으로 깊어지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 사무친 여정에 민들레는 눈물들의 날개가 되고
찔레꽃은 상처들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바위가 몽돌을 짓눌러도 아무도 아프지 않는
침묵의 하늘은 아버지의 하늘이 아니었지요
허방에 빠진 이웃에게 마음 한 자락 툭 잘라내어
그 막막함을 받치고서야 저녁놀에 물들던 아버지
인권의 심장이 짓이겨지고
자유의 햇살이 포박당하고
민주의 뇌수에 총알이 박혀
‘무등’에의 길은 무너지고 무너지고,
상처투성이 풀꽃들은 상처가 상처에게
내어준 마음 한 자락씩에 기대어
길을 멈추지 않는 것만이 오롯한 정의였지요
그리하여 가슴 가슴을 때리는 절규를
목숨으로 껴안고 걸어간 십자가의 길
그 뜨거운 희생의 용오름으로
역사의 정수리에 우뚝 부활한
아버지의 하늘은 나라와 지구촌을
평화의 꽃밭으로 가꾸어갈 ‘민주경전’이지요
꺾이지 않는 푸르름으로
만삭의 통꽃 채 스러져버린 미애님은 머리글이 되고
풀꽃들이 깨금발로 들어올린 주먹밥은 꼬리글이 되어
어떤 지독한 어둠도 무릎을 꿇고야 말
새하늘 새뜸의 꽃으로 피어났지요
노랑장다리꽃에 날아든 붉은점모시나비
양볼이 터지고 뱃구레가 불룩해도
어느 누구도 눈 홀기지 않는
아버지의 하늘,
우리 모두의 아리따운 오월입니다
오늘 나는
비로소 열린 아비의 귀로,
내 아이의 고사리 마음을 부여안고
30 년 전 작은 가슴에 묻었던
나의 어린 웃음소리를 듣습니다.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0 발표작(2) (0) | 2010.07.07 |
---|---|
치매를 건너다--전숙 (0) | 2010.05.22 |
부부라는 강--전숙 (금혼식, 은혼식 축시) (0) | 2010.04.23 |
꽃비--전숙 (0) | 2010.04.17 |
자두꽃--전숙 (0) | 2010.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