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꽃눈을 시샘하다 /전숙 삼월의 어느 늦은 오후에 철쭉을 만났다 아직 황량한 얼굴빛 너머 우주가 초저녁별을 밀어 올리듯 올록볼록 꽃눈을 밀어올리고 있었다 작은 희망이 엉기고 있었다 그 너머 땅속에서 안간힘으로 버팅기고 있는 뿌리가 보였다 피라미드가 쌓아올린 태양이 나는 폭군이 아니라고 고개를 떨구는 밤 한 계절 내내 추위를 견뎌주었던 코트를 개키는데 창문밖엔 나이를 망각한 눈발이 서성인다 꽃눈을 밀어 올릴 때마다 내가 버틴 세월보다 더 큰 어둠이 빛을 가리곤 했다 나비의 꿈을 기다리는 꽃눈이 다시 한번 얼어붙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봄은 그렇게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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