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주름--전숙

전숙 2010. 3. 12. 08:45

 

 

 

주름/전숙 개썰매를 내몰아 방향을 찾는 이누이트 북극의 가없는 설원에도 길이 있을까 이누이트들은 눈 위의 주름을 보고 길을 찾는다고 한다 바람이 설원을 쓸고 간 흔적 바람의 발자국이 주름을 만든다는 것이다 거울을 볼 때마다 우글쭈글 개켜진 주름이 못마땅했다 주름을 펼치면 딱지 떨어진 상처들이 망각의 주머니에서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잊혀진 통증을 오물거리곤 했다 남들이 알아챌까봐 주름을 감추기에 바빴다 생의 흉터 같은 주름이 누군가가 흑암을 건널 생의 지도라니 나는 머리카락을 추켜올리고 이마의 주름을 활짝 드러내었다 내 걸어온 바람 같은 길이 생의 설원에 석줄 깊은 발자국을 찍어놓았다 내 뒤에 오는 누군가는 이 주름을 더듬어 내가 헛디딘 생의 크레바스를 무사히 비켜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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