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해넘이-전숙

전숙 2006. 8. 4. 12:01


      해넘이 - 전숙- 저승잠은 깨우는 법이 아니란다 집안 어르신들 말씀에 아버지 저승길 속절없이 배웅하느라 넋 놓고 있는데 해넘이는 시간을 다투며 아버지 생의 끝자락을 물들이고 있었다 붉은 땀을 닦아내며 아버지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자식들에게 부러 엄하시던 눈부신 태양 낯설게만 보이는 구릿빛 얼굴 깊게 고랑 진 세월 틈새를 고열로 벌겋게 달아오른 일몰이 눈물 한 줄기로 흘러내렸다 육십 평생이 한 장의 지도로 축척된 높은 산과 깊게 패인 계곡은 안기듯 더운 눈물에 젖어들었다 떠나올 때와 돌아갈 때의 하늘 몸짓 핏빛으로 물든 서러움일까 세상 밖으로 내딛는 우렁찬 겉울음과 원점으로 거두어가는 타는 속울음 시작과 끝은 그렇게 닿아있었다 수평선을 만나자 아버지는 생의 마지막 숨을 고르셨다.

'☆˚ 맑음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8 29주기 추모제  (0) 2009.05.22
[스크랩] 소록도를 떠나는 두 노수녀님을 생각하며``````  (0) 2009.05.12
사랑의 고리  (0) 2006.01.05
해 마중  (0) 2006.01.04
우화등선  (0) 2005.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