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잎이 은행나무에게>
-맑음 전숙-
사랑하는 이여,
이제 이별의 시간입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사랑은 표현해야한다지요
가슴에 묻어두면 안 된다지요
그런데도 저는 가슴에 묻고 말았습니다
제 사랑은 시린 가을비 차가운 눈물에 숨겨두고
아닌 척 이별의 빛깔로 물들고 말았습니다
그리운 이여,
그리움만큼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체온을 느끼며
당신의 숨소리에 제 심장의 떨림을 맞추고
당신의 따뜻한 몸속을 돌아 나오는
당신의 날숨을 들이키며
당신의 공기를 제 안에 담아 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마지막 실낱같은 저의 숨결이 당신 몸에 남아있거든
부디 지우지 말고 당신 들숨으로 받아주셔요
당신의 혈관으로 녹아들어가
당신 심장 좌심실 어느 한 켠에서
당신 심장 한 리듬씩 뛸 때마다
노을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당신 붉은 포옹을 숨 막히게 받지요
그리운 이여,
노란빛 이별의 색이 눈물짓거든
당신의 가장 여린 실뿌리 살짝 들어주셔요
당신과 한 몸 이루려는 제 몸짓 부디 잊지 마셔요
200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