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시

은행잎이 은행나무에게

전숙 2005. 11. 29. 00:07

    <은행잎이 은행나무에게> -맑음 전숙- 사랑하는 이여, 이제 이별의 시간입니다 그동안 행복했습니다 사랑은 표현해야한다지요 가슴에 묻어두면 안 된다지요 그런데도 저는 가슴에 묻고 말았습니다 제 사랑은 시린 가을비 차가운 눈물에 숨겨두고 아닌 척 이별의 빛깔로 물들고 말았습니다 그리운 이여, 그리움만큼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당신의 체온을 느끼며 당신의 숨소리에 제 심장의 떨림을 맞추고 당신의 따뜻한 몸속을 돌아 나오는 당신의 날숨을 들이키며 당신의 공기를 제 안에 담아 가겠습니다 사랑하는 이여, 마지막 실낱같은 저의 숨결이 당신 몸에 남아있거든 부디 지우지 말고 당신 들숨으로 받아주셔요 당신의 혈관으로 녹아들어가 당신 심장 좌심실 어느 한 켠에서 당신 심장 한 리듬씩 뛸 때마다 노을처럼 뜨겁게 달아오른 당신 붉은 포옹을 숨 막히게 받지요 그리운 이여, 노란빛 이별의 색이 눈물짓거든 당신의 가장 여린 실뿌리 살짝 들어주셔요 당신과 한 몸 이루려는 제 몸짓 부디 잊지 마셔요 200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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